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이제 낭만이 아니라 ‘경제적 자해 행위’에 가깝다. 입으로는 인구 소멸을 걱정하며 수백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정부가, 정작 법과 제도라는 몽둥이로는 결혼한 부부의 뒷덜미를 후려치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 페널티’라고 불리는 기괴한 징벌 체계는 이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망가뜨리고 있다.
현행법은 마치 국민에게 “세금 내기 싫으면 이혼하라”고 협박하는 듯하다. 1주택자끼리 만나 가정을 꾸리면 즉시 ‘다주택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종부세와 재산세 폭탄이 떨어진다. 반대로 서류상 남남이 되는 순간, 마법처럼 세금은 사라지고 공제 혜택이 쏟아진다. 증여세는 또 어떤가. 부부로 살며 재산을 합치면 세무조사를 걱정해야 하지만, 이혼하며 재산을 가르면 ‘재산분할’이라는 이름으로 세금 한 푼 없이 거액이 오간다. 국가가 나서서 ‘위장 이혼’을 컨설팅하고, ‘비혼’을 가이드하는 꼴이다.
헌법 제36조 제1항이 명시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은 장식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가가 앞장서서 헌법을 조롱하며 혼인한 국민을 차별하는 이 상황은 명백한 위헌이자 혼인에 대한 국가적 테러다.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서 선진국과 한국의 격차는 극명하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혼인 가구가 독신보다 불이익을 받는 것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방어한다. 그들의 ‘부부 합산 과세제도(Ehegattensplitting)’ 는 결혼이 곧 경제적 우위가 되는 강력한 인센티브다. 한국은 거꾸로다. 정치권은 출산율 0.7명의 비극을 개탄하며 비장한 표정을 짓지만, 정작 맞벌이 부부가 청약에서 탈락하고 대출 제한에 걸려 전전긍긍하는 현실은 외면한다.
겉과 속이 다른 행정은 국민을 기만할 뿐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지키려는 성실한 국민을 ‘역차별’의 늪으로 밀어넣으면서 인구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지금의 저출생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가 설계한 ‘인재’다. 결혼을 하면 손해를 보고, 아이를 낳으면 빈곤해지는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스스로 소멸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 NATO(No Action Talk Only)식 캠페인이나 푼돈 지원은 집어치워야 한다. 혼인 가구에 가해지는 위헌적 페널티를 즉각 폐지하고, 독일처럼 결혼이 가장 강력한 ‘스펙’이 되도록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국가의 명운을 건 대전환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가정을 파괴해 스스로 멸망한 최초의 국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앞뒤가 맞지않는 행정이 낳은 ‘인구 절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없다.

더사피엔스 조전혁 기자 |




















